로뎀나무 아래서
열왕기상 19장 1~8절
1아합이 엘리야가 행한 모든 일과 그가 어떻게 모든 선지자를 칼로 죽였는지를 이세벨에게 말하니 2이세벨이 사신을 엘리야에게 보내어 이르되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과 같게 하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 한지라 3그가 이 형편을 보고 일어나 자기의 생명을 위해 도망하여 유다에 속한 브엘세바에 이르러 자기의 사환을 그 곳에 머물게 하고 4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 하고 5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6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7여호와의 천사가 또 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 8이에 일어나 먹고 마시고 그 음식물의 힘을 의지하여 사십 주 사십 야를 가서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니라
평강의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여러분들이 절제를 위한 서약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참 좋아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의 일상 가운데서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노력에 대해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기뻐하실 것입니다. 계속해서 자신을 훈련하면서 하나님의 기쁨과 영광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중고등부 교회학교 시절에 일 년에 한두 차례씩 큰 행사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가을에 추수감사절을 전후로 하여 문학의 밤 행사가 그 대표적인 것이었습니다. 여름에 하계수련회 기간이 지나면 본격적인 문학의 밤 준비로 바빠지는 교회학교에서 여러 가지 일을 했습니다. 저는 주로 조명과 음향설비부분을 맡아서 마이크 앰프 등을 설치하고 행사시 조명을 담당하면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행사가 끝이 나고 밤늦도록 정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뭔가 허전한 느낌을 가질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공을 많이 들인 일이 끝나면 활활 타오르던 열정이 식어서 언제 그랬는지 곧 잊히곤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교회에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하고 나면 지쳐서 허무감이 몰려올 때가 있는데 그런 때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노곤한 상태가 됩니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Post Adrenaline Depression / Blues라고 부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그동안 타올랐던 정열이 순식간에 식어버리게 되고 그 식은 감정이 즉 burn-out(탈진, 소진) 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어서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정도가 달리 나타나겠지만 심한 경우 자살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도 그런 경우의 한 선지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디셉 사람 엘리야입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북 이스라엘의 아합 왕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다른 징조가 있기까지 수년 동안 비도 이슬로 내리지 않으리라고 예언을 한 뒤 사라져버립니다. 그는 종잡을 수 없이 여기저기서 활동하면서 이방 땅 시돈의 사르밧에까지 이르고 거기서 삼년을 지내게 됩니다. 어느 날, 하나님은 그에게 아합 왕에게 그를 보이라고 명령하고 비를 주시겠다고 하셨고 엘리야는 왕궁 맡은 자인 오바댜에게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왕에게 인도하라고 합니다. 고개를 설레설레 돌리던 오바댜는 엘리야의 직설적인 명령에 급히 주선하여 왕을 만나게 하였습니다.
엘리야에게는 늘 “내가 섬기는 만군의 여호와”라는 말을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하나님이라는 이름의 엘리야는 이번에는 공손하게 왕에게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과의 맞대결을 제안합니다. “불로 응답하는 신이 하나님이다.”
이 소식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퍼지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엘리야와 850명의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갈멜산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결과는 엘리야의 하나님이 내리신 불로 승리하고 대적인 850명을 잡아 죽여서 끝이 났습니다. 하나님과 바알 사이에서 미적대던 백성들이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준비하신 비가 내려 땅을 적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능력이 충만해서 아합왕이 타는 마차에 앞서 빗길을 달려가 왕을 배웅하였습니다. 그렇게 큰 역사를 하고 난 엘리야에게 큰 타격을 주는 일이 생겼습니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역사상 모세에 비견하는 신앙의 영웅이고 그와 나타나신 하나님은 기적의 하나님, 능력의 하나님이셨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만나는 엘리야는 겁쟁이에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는 한 인간입니다. 한 순간에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처지가 비참해졌습니다. 더 이상 하나님의 일이고 뭐고 죽기를 바라는 엘리야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엘리야야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우리는 그가 경험한 일을 알고 있습니다. 그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가 만난 하나님 그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을 다시 기억하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엘리야의 하나님은 그가 처음 아합왕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난 후 그를 그릿 시내로 보내시고 까마귀를 보내셔서 먹을 것을 취하게 하였습니다. 사르밧 과부를 통해 숙식을 제공받았습니다. 비롯 이방따이긴 했지만 하나님의 손길을 그를 떠나지 않았고 보호해주셨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돌보시고 함께 해주시고 넘치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엘리야가 경험하는 것처럼 생명의 위협을 받지는 않았지만 때로 밀려드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두려움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은혜 베풀어 주신 일을 망각하지는 않았습니까?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민자의 삶, 이 세상에서의 나그네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과거보다는 오늘이 오늘 보다는 내일을 기약하며 살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 아래 있을 때에 기대가 있고 소망이 있는 것입니다.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그에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주 하나님께서 그에게 하신 것 이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그는 탈진과 함께 찾아온 깊은 우울감에 자신감도 낮아지고 허탈한 감정에 쌓여 있어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엄청난 소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우리는 힘내라고 툭툭 털어버리자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에게는 다시 일어날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한탄하고 한숨 가운데 자그마한 그늘, 로뎀나무 아래서 쓰러진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천사를 통하여 어루만져주시며 일어나 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는 준비된 떡과 물 한 병을 마시고 다시 자리에 누었습니다. 또 하나님의 천사가 그에게 와서 어루만지며 일어나 먹으라고 합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을 봅시다. 천사를 통해 하나님은 그를 어루만지십니다. 변화를 이끌어 내시는 하나님의 어루만지심은 그에게 힘을 다시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강제로 하시지 않으시고 회복해주시는 하나님은 은혜입니다. 그 은혜는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실재적이었습니다. 우울감에 빠져 기진한 이에게 피로를 풀어주고 쉬고 먹이신 것은 그것을 잘 나타내주는 일입니다.
로뎀나무 아래에 있는, 위기 혹은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피신 혹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은 너무 힘이 들고 오래 걸리는 일이어서 당장 위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힘든 일을 겪는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하나님께서 주신 본을 본받아봅시다. 우리는 우리 가운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돌봄 사역자를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일은 귀한 일입니다. 그를 통해 하나님은 하나님의 돌보심, 위로와 새힘 주시는 일을 하실 것입니다.
말씀을 맺습니다. 하나님은 엘리야를 돌보심으로 그가 다시 힘을 얻고 새로운 사명을 향하게 하셔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가셨습니다. 오늘 우리 혹은 지금 어려움을 당하는 이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품으신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를 서로 돕는 자로서 부르시고 한 공동체,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인도하시고 불러주신 것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기 위함인 것을 기억합시다. 세상의 위협과 고난도 능히 이기게 하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저와 여러분과 함께 하시길 축복합니다. 아멘.